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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칼럼-17] 디지털 자산 보호를 위한 커넥티드 보안 기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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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칼럼-17] 디지털 자산 보호를 위한 커넥티드 보안 기술 필요
  • 길민권 기자
  • 승인 2020.01.30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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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자산, 금융자산의 경계를 허무는 가상자산의 미래 대비
영화 '아일라' 스틸컷
영화 '아일라' 스틸컷

“아빠들은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산다.”

칸 카르 데쉬(피를 나눈 형제) 나라, 터키 참전용사 슐레이만과 5살 전쟁 고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아일라’. 양국 수교 60주년인 2017년 터키에서 개봉해 역대 누적 관객 순위 6위에 올랐다. 2010년 MBC 다큐멘터리 ‘아일라, 푸른 눈의 병사와 고아소녀’에 감동해 잔 율카이 감독이 영화 제작을 맡았다. 제작진은 국가기록원 자료와 빛바랜 사진으로 수소문 끝에 실존인물인 두 사람은 여의도 앙카라 공원에서 60년 만에 재회하고 부둥켜안고 울었다.

앙카라는 1923년 오스만 제국이 멸망하고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이스탄불을 대신하여 새로운 수도로 지정된다. 앙카라의 기원은 그리스어로 ‘닻’이라는 의미인 ‘안키라’에서 유래되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처럼 아시아와 유럽을 잇고 있는 터키는 지중해, 흑해, 에게해에 둘러싸인 바다 민족이기도 하다. 시리아, 이란, 이라크 접경인 서쪽은 여행금지 지역이지만 동남부지역은 비교적 치안이 안전하다. 소비자 물가상승이 가파른 하이퍼 인플레이션 국가로 화폐개혁에도 불구하고 리라화의 화폐가치는 추락했다. 한때 터키발 화폐시장의 공포는 아시아 금융시장에 충격과 심리적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정치·종교간 갈등과 쿠데타, 테러로 인해 사회적 불안정도 악화일로이다. 더구나 미국, 유럽 등 서방과의 충돌로 금융 불안이 가중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뇌관이 되어가고 있다.

고대 터키는 로마와 페르시아에 점령 당하기전 리디아 왕국이 번영하고 있었다. 트로이가 있었던 리디아 지역은 풍부한 금과 은을 화폐로 활용한 부유강국이었다. 기원전 7세기 리디아 왕국은 인증 마크가 찍힌 주화를 사용하였다. 당시 곡물과 가축으로 물물교환하거나 보석류가 화폐 역할을 하였지만 형태와 무게가 일정하지 않았다. 거래할 때 마다 무게를 측정하여만 했다. 순도에 대한 검사가 제대로 이루어지 않아 진품에 대한 불확실성과 진품리스크는 높아만 갔다.

하지만 창의성이 남달랐던 리디아인은 간편 결제와 금융사기 방지를 위한 보안대책을 마련하였다. 금과 은 두 가지 금속만 표준화폐로 지정하고 금화 1개당 은화 12개로 교환가치를 정한다. 주화의 표준무게는 주화에 찍힌 인증 마크가 보증해 주었다. 금의 순도를 낮춘 위조 주화를 감별하기 위해 시금석을 이용하고 주화 제조창의 출입통제를 강화하였다. 금속화폐임에도 불구하고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경제활동과 실물자산 운용을 확대해 나갔다. 당시 세계 최초의 금과 은의 합작품인 동전이 통용된 것이다. 정전기가 발생해 일렉트론(Electron)으로 불리다 ‘일렉트로닉 뱅킹(전자금융)’의 어원이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화폐는 Electronic Technology, e-Money로 파생되고 인터넷뱅킹, 전자금융과 같은 융합어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자산이란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화를 의미한다. 자산은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으로 구분된다. 예금, 현금, 유가증권, 보험, 지분 등이 금융자산(Financial Asset)에 속한다. 비금융자산인 실물자산(Real Asset)은 금, 토지, 건물, 자동차, 골동품, 지하자원 등 형체가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자산관리에 대한 후회를 반복한다. 금융자산이든 실물자산이든 좋은 기회를 놓치거나 투자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십년 전, 이십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부동산과 주식을 사는 상상을 꿈꾼다. 지나고 보면 금융자산 보다 실물자산의 가치와 힘은 막강했다. 정체된 소득 증가율과 한정된 저축으로 모은 금융자산은 결코 여유롭지 못하다.

미래의 화폐가치 하락은 피할수 없는데다 현재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금리를 앞질러 격차를 벌이고 있다. 자린고비 생활과 월급만으로 부를 축적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지도 않는 구독경제 시대에서 자산관리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실물자산은 시간을 배신하지 않는다. 땅과 주택, 빌딩, 예술품은 금융자산에 비해 가치상승이 남다르다. 단기적 시세차익은 투기이지만 장기적인 소유를 위한 투자는 실패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실물자산인 증권은 오래전부터 주주명부나 실물 증권을 소유하지 않는다. 실물이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디지털 숫자로만 잔고에 남아있다. 앞으로 모든 실물자산도 지분이나 권리로 쪼개진 디지털 숫자로 사고팔고 보유할 것이다.

최근 금융자산도 실물자산도 아닌 가상자산에 대한 투기가 광풍을 휩쓴 적이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아닌 묻지마 투기가 성행했다. 미래 자산으로서 확신이 없고 언제가 사라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시류에 편승한 투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국제기구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과 규제가 신설되고 우리 정부도 가상자산에 대한 시행령과 조세 징수를 준비 중이다. 수년 후 금융자산과 실물자산 그리고 가상자산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이다. 오히려 금융자산과 실물자산이 가상자산화 될 가능성이 높다. 기술의 발전은 세상의 모든 자산들을 디지털화하고 기술의 혁신은 분산의 역사를 리플레이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자산은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관심대상이 아니다. 자산이 크든 작든 숫자로만 기억되고 디지털 신호로 자산이 이동한다.

자산 관리는 더 이상 찾아갈 장소가 아닌 필요할 때 처리하는 일상이 되었다. 이제 현금 없는 사회를 넘어 무통장, 무카드, 무중개 사회이다. 보유자산과 실적이 없어도, 신용이 없어도 금융혜택을 공유하는 세상이다.

블록체인을 품은 암호화폐는 대표적인 가상자산이자 미래 디지털 자산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기축코인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급등락을 거쳐 안정세이지만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가치변동이 일어날 것이다. 세계 주요국의 가상자산을 대하는 자세가 서로 다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점진적 규제와 제도적 지원이 병행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이미 가상자산에 관한 연구와 상품을 내놓고 있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2020년 1분기에 세계 최초 디지털화폐 발행국이 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테스트를 통해 기술혁신과 민간의 디지털화폐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다. 금융당국 또한 DASP(Digital Asset Service Provider) 라이센스 발급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하였다. DASP는 사업계획을 제출하고 심사를 거쳐 면허를 획득할 수 있다. 자금세탁 방지와 테러자금 조달 차단을 위해 암호화폐거래소와 FIAT 교환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등록을 의무화하여야 한다. 발빠른 대응과 선제적 정책은 금융선진국이기에 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 패권을 쥔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발행으로 달러화 패권을 무너뜨릴 계획이다. 중국 인민은행이 오래전부터 준비 중인 디지털위안화(CBDC)는 지급결제 수단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통화 전자결제(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는 이름으로 표준화 작업과 테스트 단계에 돌입했다. 허나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무역전쟁과 글로벌 금융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한 디지털 화폐 발행 시도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국 또한 주시만 하지 않을 것이다.

미래에는 가상세계에서 일궈낸 가상자산을 포트폴리오하여 현실에서 경제적인 소비를 하면 살아갈 것이다. 이미 전통적인 금융회사가 외면했던 개미들의 자산관리를 소셜 플랫폼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이 제공해주고 있다. 개인간 금융, 기업간 금융, 국가간 금융 모두 숫자로만 이루어진다. 이처럼 전자금융거래 비중이 90%를 초과하고 비현금 결제 비중도 90%에 이르는 디지털금융 시대에는 소외계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더욱 확대하여야 한다. 또한, 가상자산에 대한 보안개념과 보안체계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세상에 없던 자산과 그 자산을 거래하는 플랫폼, 산업들이 확대될 것이다. 우물안 금융시스템에만 갇혀있던 우리의 자산을 향해 글로벌 IT기업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 중앙은행과 국책은행들도 디지털화폐센터를 설립해 민간 기업들과 협력하여 디지털자산 경제생태계 조성을 주도해야 한다. 국제 동향과 시장 흐름만 조사·연구하는 보고서 발간에서 벗어나 주도적인 디지털통화 발행과 가상자산에 대한 시의성 있는 시범사업을 단계별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 법정화폐와 가상화폐 그리고 디지털화폐간 전쟁의 서막은 이미 시작되었다. 미래에는 국가와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금융자산보다 소비자에게 편리한 가상자산이 더욱 관심을 받을 것이다. 가상자산에 대한 범죄는 기존 보안시스템과 프로세스 대응으로는 방어하기 어렵다. 스케일이 남다른 디지털자산 보안사고는 진화된 인공보안이 대응하여야 한다. 보호를 해야 할 대상도 해킹 주체도 변화하고 있다. 미래 보안을 지탱하는 건 현재의 보안시스템이 아니다. 가상자산과 현실자산의 경계에서 우리의 보안마인드부터 변화하여야 한다.

우리의 디지털 원화 가치를 지탱하고 디지털 국가 신용을 높이기 위해선 가상자산에 대한 커넥티드보안(Connected-Security)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 최강 전함 엘리자베스호 군단도. 연합군 함대도. 해군장관 처칠도 물러나게 한 터키의 유비무환 전투력은 그들의 속담에서도 묻어난다.

“선장이 바다에 나갈 때 늘 원하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

김정혁 온더블록 대표.
김정혁 온더블록 대표.

※필자. 김정혁. △금융보안 칼럼니스트 △온더블록 대표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한국블록체인평가 기술평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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