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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질문맹률 감소 방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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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실질문맹률 감소 방안에 대해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1.04.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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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통합데이터센터 중령 조재석
▲국방통합데이터센터 중령 조재석

며칠 전에 문맹률에 대한 대단히 충격적인 자료를 접했다. 한국교육방송공사(EBS)가 2020년 2월 26일에 방영한 <미래교육 플러스>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글자를 읽고 쓰는 기본문맹률은 1%에 가깝지만, 읽은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문맹률은 75%에 달한다는 것이다.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문해율(文解率)’이 25%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이 있고 문맹율이 거의 ‘0%’에 가깝다고 알고 있었기에 보도 내용은 너무 놀라웠다. 그러나, 유사한 자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OECD가 회원국의 노동력 질을 평가하기 위해 문해력을 비교·조사한 ‘OECD skills outlook 2013’에서도 우리나라 16~23세의 젊은 층은 일본 등과 함께 3위에 올랐으나 55~65세의 노년 층은 조사대상 국가 가운데 20위로 최하위권이며 약 77.4%는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느낄 정도의 문해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3월 8일부터 6부작으로 방영된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부족으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실의 모습을 소개하였다.

한국 교육계를 놀라게 한 이러한 충격적인 문맹률의 원인으로는 입시 위주의 암기식 교육, OECD 최장 노동시간과 독서율 저하, 어려운 한자어 사용, 그리고 대책으로는 평생교육의 확대, 문해 교육 지원, 용어 순화 등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많은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실질 문맹률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개선되지 않는 듯하다. 이에 조금 다른 시각에서 문맹률이 높은 원인과 개선방안을 제안해 본다.

먼저, 정보화시대의 오해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정보화시대는 정보체계를 통해서 수집되고 처리된 정보가 국경을 넘어 빛의 속도로 유통되며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대적 조류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것은 정보화시대를 기술적인 단면 만을 본 것이며 문화적인 시각의 접근법이 보완되어야 한다. 아는 것처럼, 정보화의 원천이 되는 ‘자료’는 처리 과정에서 정보, 지식, 지혜로 발전하는데 단계마다 처리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된다. 문제는 사람은 지식과 경험, 언어 등 문화의 차이에 따라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며 더군다나 그 결과로 생산된 자료는 2년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정보화시대에 보조를 맞추려면 정보 생산자의 지식과 경험, 문화적 차이를 받아들이고 대량의 정보를 빠르게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대책은, 개인과 업무 영역에 관련된 지식을 꾸준히 습득하고 문화적 포용력으로 키워 체험하지 못한 범주의 정보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뒤에서 언급되는 원인도 정보화시대의 도래와 관련된 것으로 정보의 활용 수단과 방법에 관한 것이다.

다음은 한글 단어의 부족이다. 단어 사용에 대한 가장 오래된 논쟁은 한글 대신 어려운 한자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한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국어기본법’ 제정, 교육용 한자 지정 등 대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어려운 한자 사용은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영어 문화권의 영향으로 영어 단어까지 뒤섞여 혼전의 양상이 되었다. 물론, 세계화시대에 문화 교류의 결과로 우리 말을 풍부하게 만드는 외국어 사용을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으나 우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없는 외국어의 사용은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고 고유한 언어문화를 해칠 수 있다. 단어는 생각의 근원이며 문장으로 된 말과 글을 통하여 우리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러나 한글 문장에 이해가 되지 않는 외국어 단어가 섞여 있다면 올바른 의사소통이 가능할까?. 외국어를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은 상대의 경험을 의미가 유사한 우리 경험이나 개념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번역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 문화에서 경험하지 못한 것은 어떻게 번역을 해야 할까?. 문장 속에서 이해되는 좋은 단어를 찾는다면 다행이지만, 기껏 찾아낸 단어로 인해 문장의 해석이 더 어려워진 경우도 경험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대안은 외국어와 의미가 유사한 한글 단어를 선정하거나 우리 문화권에서 이해되는 정의를 내리고 외래어로 받아들여 한글 단어를 보완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무분별한 외국어의 사용이다. 무분별한 외국어 사용의 대표적 사례는 한글 전용과 용어 순화를 위반하는 경우로 ‘체계 → 시스템, 개 → 도그(dog)’과 같이 우리 말이 있는데도 외국어를 사용하거나 ‘旣확보된, 미래Zone, 싱크홀(sink hole)’처럼 외국어와 한글을 혼용하거나 외국어의 음을 한글로 적는 것이다, 외국 단어가 혼용된 문장은 다른 문화적 사고가 뒤섞여 있어 한글, 영어, 한자 단어의 문화적 차이에 정통하거나 해당 문장에서 표현하려는 정보 생산자의 의도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어려워 의사소통이 정확하지 않으며 언어문화도 심각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

15세기 ‘대항해시대’, 신항로 개척에 필요한 배와 항해 기술을 보유한 경우, 바다는 부국강병을 이루게 하는 수단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자원 수탈과 침략자 유입의 통로가 되었다. ‘정보화시대’의 정보도 마찬가지다. 정보체계 활용 능력과 문해력을 보유한 자에게는 부 · 명예 · 권력을 얻는 수단이 되지만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정보의 홍수’가 되어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는 혜안과 필요한 역량을 갖추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보화시대와 새롭게 도래하는 제4차 산업혁명의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는 문해력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글. 국방통합데이터센터 중령 조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