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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비가 뒤바뀐 ‘불륜 주거침입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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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희비가 뒤바뀐 ‘불륜 주거침입죄’
  • 길민권 기자
  • 승인 2021.09.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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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행위 목적으로 상대방의 집에 들어가도 주거침입죄에 해당되지 않아
▲법무법인 에이앤랩(트러스트앤랩) 조건명 변호사.
▲법무법인 에이앤랩(트러스트앤랩) 조건명 변호사.

남편 몰래 내연녀의 집에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들어간 경우 주검침입죄과 성립하는지에 관하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개변론을 열어 심리한 끝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남편의 일시 부재 중에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그의 처의 승낙만을 받아 남편 몰래 주거에 들어간 사안에서, 종전 대법원은 “남편의 주거에 대한 지배ㆍ관리관계는 여전히 존속한다고 봄이 옳고, 사회 통념상 혼외 성관계를 가질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오는 것은 남편의 의사에 반한다고 보 이므로 처의 승낙이 있었다 하더라도 남편의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은 깨어졌다 할 것이 어서 이러한 경우에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4. 6. 26. 선고 83도685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은 판례는 수십년간 인정돼 왔고,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부정행위를 저지른 자를 형사처벌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였다. 일각에서는 남편과 공동주거권자 중 한 명인 내연녀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주거의 평온’이라는 주거침입죄의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어 무죄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위와 같은 사안에서 주거침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들어갔다면, 설령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깨트렸다고 볼 수는 없고,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로부터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주거침입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의 의미 및 그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즉, 주거침입죄에서 침입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ㆍ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 중 일방 배우자의 부재중에 다른 배우자와 성관계 할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경우 간통죄가 폐지되어 더 이상 성관계를 간통죄로 처벌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성관계를 목적으로 한 피고인의 출입이 다른 배우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추거침입죄로 처벌하게 된다면, 주거침입죄가 간통죄를 대체한다고 볼 수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인하여 이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찬성한다.

결국, 부부 중 일방 배우자의 부재중에 다른 배우자와 성관계 할 목적으로 주거에 들어간 자에 대하여는 국가의 형벌권 행사가 아닌, 민사상 위자료청구를 통해 그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겠다.

[글. 법무법인 에이앤랩(트러스트앤랩) 조건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