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 요건을 기존의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서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기존 기준은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거부하고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폭행 또는 협박을 당해야만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로, 피해자의 정조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온 바 있다.
실제 피해자는 조사실에서, 또 법정에서 ‘얼마나 저항했느냐’는 질문을 수시로 받았고, 필사적 저항이 입증되지 않으면 가해자는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기준은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거부하고 저항할 수 있는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없어도,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러한 기준 변경은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강제추행죄의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기존 기준에서는 피해자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강제로 신체를 만진 경우, 상대방의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강제추행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준에서는 상대방이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도 강제추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신체를 만지는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낄 수 있는 행위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강제추행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피의자, 피해자 모두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초기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대응은 검찰수사와 재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피의자의 경우 정식 재판에서는 무죄 입증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
형법 제298조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 5백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또한 형법 제297조에 따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미수범 역시 처벌되며, 피해자가 미성년자라면 청소년성보호법 등이 적용되어 처벌이 가중될 수도 있다.
만약 피의자와 피해자간 진술이 상이한 경우 피의자는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밝혀야 무죄를 주장하거나 형량을 낮출 수 있으며, 아무런 준비없이 경찰조사에 임하는 경우 감정에 호소하거나 비논리적인 항변으로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