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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컬럼-20] 디지털자산 강국으로 가는 길, 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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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혁 금융·보안컬럼-20] 디지털자산 강국으로 가는 길, 돈의 미래
  • 길민권 기자
  • 승인 2022.03.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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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벌어서 부자 되겠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이 뭉치는 곳 여의도, 부자가 되고 싶은 신입 증권맨은 작전 선수로부터 위험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엄청난 거액을 거머쥔다. 자본시장을 무대로 돈을 쫓는 사람들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 ‘돈(Money)'은 벼락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면서도 떳떳하지 못한 돈의 허무함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대문호 괴테도 ‘지갑이 가벼우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수중의 돈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늘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돌고 돈다’는 어원을 가진 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이지만 삶의 빚의 되었다가 부의 증서가 되기도 한다.

실물로 존재하지 않는 돈의 가치를 순수한 백지에 담아 근엄하게 인쇄하고 액면가를 찍어 화폐라는 이름으로 통용하고 있다. 정부만이 발행하는 화폐에는 신용과 교환가치가 내재되어 구매력과 재력은 물론 경제권과 국가권력까지 움켜쥐고 있다.

우리가 하루 종일 일한 노동의 대가는 돈으로 돌려받는다. 소중한 돈을 저축하고 투자하고 소비를 하면서도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목적도 미래의 자산 가치를 늘려가기 위해서다.

금수저와 같은 태생적 환경이 아닌 이상 절세와 투자를 병행하지 않고선 100세시대 생활자금과 은퇴자산 마련은 그림의 떡이다. 먹고 살기 바쁜 직장인들과 미래가 불안한 밀레니얼세대는 척박해진 고용환경과 치열해지는 경쟁사회로 인해 단타 거래와 검은 유혹을 물리치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돈은 많을수록 돈을 더 벌기 쉬운 구조를 갖고 있다. 가정도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 보다 대기업이 더 많은 돈을 풀어 시장을 지배한다. 경제대국은 첨단기술에 막대한 투자와 보복관세, 외환시장 개입으로 무역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간다. 이러한 부익부 빈인빅의 가속화는 국가간 군사전쟁, 영토전쟁, 무역전쟁에 이어 화폐전쟁을 촉발하여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혼란과 불평등을 더욱 가중시킨다.

인류문명이 만들어 낸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는 화폐이다. 돈이 가진 모든 것을 표현한 화폐는 한 국가의 경제와 금융을 움직이는 심장과 같다. 한 국가의 재정과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안정적인 금융시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화폐시스템이 신용을 잃어서는 안 된다.

실물화폐 출현 이후 중세 제국들은 저마다 화폐를 발행하여 신대륙을 정복해 나간다. 이러한 제국주의의 끝없는 야망은 통화팽창으로 인해 인플레이션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다. 화폐의 양적 팽창이 물가 상승과 부채 증가를 안겨주면서 신용이 바닥난 제국은 경제마저 내리막길을 걷는다.

중세 이후 화폐역사에서 미국의 달러만큼 막강한 힘을 발휘한 화폐는 없다.

19세기 금본위제부터 오늘날까지 달러는 수많은 전쟁에서 물러난 적이 없다. 백 년 이상 기축통화를 유지하면서도 달러화 위력은 흔들리지 않는다. 두 차례 세계대전과 대공황으로 금본위제가 붕괴되고 세계는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화폐권력이 재편된다.

과거 인플레이션 덫에 몰린 제국주의, 디플레이션의 고통을 간과했던 금본위제가 달러라는 기축통화 체제로 가면서 미국은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칼을 쥐게 된다. 미국 화폐가 가치저장 수단으로 강력한 지위를 얻고 유로연합 국가들이 화폐주권을 포기하면서 달러는 글로벌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기고만장하던 미국 금융시장도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로 국제금융시장을 쓰러뜨리고 경제 한파가 몰아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자초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거대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과 대규모 인력 감축은 투자은행 전성시대의 침몰을 보여주었다.

중앙집권적이고 폐쇄된 법정화폐시스템에게 경종을 울리는 탈중앙화된 개방형 암호화폐시스템 비트코인이 인터넷 세상과 화폐역사에 첫 모습을 드러낸다. 철옹성 같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분노는 새로운 인류화폐의 출현에 서서히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끝 모를 신용으로 과대 포장된 달러는 오일쇼크와 닷컴버블 붕괴, 걸프 전쟁, 9.11 테러, 아프카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제난맥에도 불구하고 기축통화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사람들은 한 국가의 화폐가 99%에 가까운 이들을 절망과 고통의 늪으로 몰고 있는 구조적 모순을 파헤치기 시작하였다. 현대적 캐피탈리즘의 부작용과 깊어만 가는 소득 불평등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금융기관이나 중개기관 없이 개인들끼리 합의하고 작동하는 새로운 화폐시스템에 로그인하기 시작하였다.

금융위기 이전에도 인터넷 세상에는 사이버펑크, 해커, 컴퓨터공학도와 수많은 암호학자들이 현실의 화폐체제가 갖는 불합리와 금융조직의 거품을 무너뜨리려는 논문과 실험은 계속되고 있었다. 그들은 경제대국이 퍼트리는 무질서한 중앙집중형 금융화폐제도가 변해야 한다고 믿어 왔다.

비트코인 논문에는 어렵고 복잡한 용어들이 빼곡하다. 한번 읽고선 해시 암호와 P2P 네트워크, 작업증명(Proof of Work), 보상(Incentive), 블록 구조(Merkle Tree), 지불(Payment), 개인정보(Privacy)의 정의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분명한건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저자가 혼자서 작업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에 연구한 암호학자들이 내놓은 퍼즐들을 조합한 논문이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개인이 아닌 소수 집단의 아바타일지도 모른다.

컴퓨터 과학자와 암호학자들이 창안해 낸 기술과 지향점은 간단하지 않다. 암호화폐 발행량은 사전에 정해진 규칙이 있고 분산기술과 채굴에 대한 보상과 난이도 조절 등 복잡한 알고리즘이 설계되어 있다. 관리자나 중개자가 임의로 화폐 발행량을 조정하거나 거래기록을 변형할 수도 없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를 표방하고 중앙은행이 개입하지 않은 첫 디지털화폐로 가상화폐, 암호화폐, 가상자산이라는 이름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경제도 금융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 화폐도 마찬가지다. 돈이 어디서 나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길목을 잘 지켜야 한다. 또한 돈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지 안목도 필요하지만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앞으론 금, 달러, 주가, 환율 그리고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의 변동과 흐름을 읽지 않고서는 자산을 지키지도 투자에 성공하기도 어려운 복잡한 세상이다.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려면 화폐의 역사와 미래화폐의 가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은 비단 우리만이 아니다. 2018년에 개최된 세계경제포럼에서는 가상통화에 대한 비판적 의견과 규제 강화 목소리가 드높았다. 미국 재무장관, 영국 총리, IMF 총재, 중앙은행 총재, 노벨경제학 수상자에 국제투자가들까지 암호화폐의 기축코인 비트코인을 투기, 사기, 기준미달, 부적절하고 이기적인 통화로 단정하였다. 여기에 더해 테러집단의 자금세탁과 범죄 악용 위험에 대한 강력한 국제공조로 붕괴 가능성도 언급하였다.

미국 재무장관은 ‘비트코인은 극도로 비효율적이고 투기적 자산으로 투자자들의 잠재적 손실이 우려된다’고 비판하였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가상자산은 투기의 수단일 뿐 실제 결제에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깎아 내리며 가상통화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 하였다.

이제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중앙은행의 화폐 발권력과 상업은행의 무책임한 상품판매, 중개기관의 과도한 수수료에 대한 대안으로 탄생한 민간의 암호화폐들은 전지적 법정화폐 권력에 의해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은 한 배를 타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연구조직을 신설하고 최근 모의실험과 파일럿시스템까지 착수하고 있다. 카리브해 연안 지역 국가들은 이미 자국의 통화를 CBDC로 구현해 사용 중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는 우리가 사용하는 동전과 지폐와 같은 실물화폐가 아닌 전자적 형태로 발행하는 화폐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암호화폐와 유사하지만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운용하기에 출생신분과 법적지위가 남다른 DNA를 갖고 태어난다.

디지털화폐는 현행 법정화폐와 맞교환이 가능하고 금융기관이나 상점, 온라인에서도 현금 가치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없는 CBDC는 현재의 원화에 고정되어 가치 변동이 전혀 없을 것이다.

CBDC 발행은 실험 자체만으로도 기존의 법정화폐 제조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더구나 액면가보다 제조비용이 훨씬 높은 동전은 만들수록 손해이다. 신권 화폐로 유통된 이후에도 훼손되어 환수되고 폐기까지 평균 4~5년이 소요된다. 매년 불타고 찢어지고 갈라진 화폐의 폐기비용도 막대하다.

상점에서 현금을 치르고 남은 잔돈을 휴대하거나 돼지 저금통에 묵힐 필요도 없다. 화폐 제조비용뿐만 아니라 거래비용과 환수 비용을 절감하고 거래의 투명성과 편의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불법 자금의 흐름과 범죄 수익을 추적하게 되면 개인정보 노출과 사생활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민간에서 발행하는 화폐의 등장을 보호해주는 정부는 어디에도 없다. 규제 역풍에 못다 핀 꽃, 페이스북의 리브라는 글로벌 통화의 꿈을 가슴에 묻어야 했다. 그러나 역사는 늘 변한다. 지금은 통화주권과 경제권력에 무릎을 꿇지만 민간의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은 언제가 화폐 혁명을 이룰 것이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금이라는 광물에 실제로 갖고 있지 않은 특별한 가치를 부여했다.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도 디지털 금을 벗어나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전자적으로 거래하거나 이전될 수 있는 디지털 증표로 진화중이다.

그럼에도 암호화폐의 본질인 익명성은 화폐 속성상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자체가 불법성은 없지만 탈세와 자금세탁, 피라미드 사기 그리고 범죄자금 은닉, 무기와 마약거래 등 탈법과 불법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레서 국제적 규제 공조와 관리감독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취약점은 고도화된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인공지능 기술이 해결해 줄 것으로 믿는다.

워런버핏의 경고는 새겨둘만하다. 비트코인은 ‘가장 인기 있는 거품이자 아무런 가치도 없어 나쁜 결말로 끝날 것“이라고 일축하였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결말은 각국 정부의 규제나 압력에 의해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암호화폐 스스로 본질적인 문제와 한계점을 해결하지 못하면 스스로 무너질 것이다. 세계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CBDC 발행은 암호화폐를 일시적으로 위축할 순 있지만 곧 미래 디지털화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구도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의 비트코인은 탐욕과 욕망의 산물로 비유되고 전례 없는 투기수단이자 해킹의 먹잇감이기도 했다. 이제 비트코인은 확정된 공급량, 안정된 네트워크, 금융시장 진입, 금융자본 이동으로 암호자산의 가치를 무한대로 쌓아가고 있다. 집중된 권한이나 은행이 필요 없는 개인간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공개된 오픈소스와 합의 알고리즘을 통해 그 누구도 비트코인을 훼손하거나 독점도 조작도 할 수 없는 공유화폐 시스템이다.

매일같이 만들어지고 폐기되는 암호화폐는 수백 개가 넘는 거래소에서 아무런 규제 없이 거래되고 있다. 이제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실체가 없이 존재하는 암호화폐는 사라져야 한다. 내부통제와 정보보호가 허술하고 소비자보호 장치를 이해 못하는 거래소도 폐쇄되어야 한다. 비트코인의 철학과 블록체인의 알고리즘을 수용하지 않고 탐욕과 한탕주의로 위장한 어떠한 가상자산도 용납되어선 안 된다.

영화 ‘돈(Money)'에서 주가조작 일당을 수사하던 금융감독원 수석검사역은 "니들이 하는 짓이 도둑질, 사기랑 뭐가 다른데, 일한 만큼만 벌어“라고 일침 한다. 큰돈을 쥐고도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그들에게 돈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인류의 화폐가 어떻게 신뢰와 가치를 얻고 어떻게 붕괴되었는지는 역사가 알려주고 있다. 강력한 기득권이 쥐고 있는 화폐권력과의 전쟁을 선포하려고 암호화폐가 등장한 것이 아니라 빛바랜 법정화폐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금융포용을 실현하고 공정하고 효율적인 세상으로 이끌어 디지털자산의 미래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세상에 나온 것이다.

지금은 암호화폐를 통화인지 투기인지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을 보낼 이유가 없다. CBDC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스테이블코인, NFT는 모두 미래의 글로벌 통화의 역할을 크든 작든 해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진화할수록 새로운 디지털자산 산업이 성장하고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성장 동력을 안겨줄 것으로 확신한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모두 다 영원하지 않다. 서로 다른 별이 핵융합을 통해서 풍족한 힘을 팽창시켜야만 우리 모두가 원하는 ‘꿈의 에너지’가 된다.

블록체인의 경제성과 효율성, 보안성만 내세우는 기술만으로는 디지털 융합자산 시대를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디지털자산 강국이되기 위해선 지금부터 암호경제 생태계와 가상자산 시장을 치고 나갈 인력을 양성시키고 과감한 기술투자와 스케일업을 결행하여야 한다.

정부의 디지털화폐와 민간의 암호화폐가 서로의 장점을 융합하여야만 또 하나의 금융 신성을 하늘 높이 쏘아 올릴 수 있다. 전통적인 금융자산과 디지털사회의 가상자산이라는 두 개의 별빛이 마주보고 비춰주어야 세상을 더욱 이롭게 할 것이다.

세상 어디에도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

김정혁 교수
김정혁 교수

글. 김정혁

현 서울사이버대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 겸임교수, 한창 디지털전문위원, 서울시 메타버스서울 자문위원장, 부산블록체인특구 사업평가 위원, 블록체인포럼 자문위원, 핀테크아카데미 강사.

전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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