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사이에 갈등이 생겨 파탄에 이르렀다면 별거 또는 이혼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있다면 무작정 이혼을 하기보다는 별거를 통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부부들도 많다.
그런데 만약 배우자가 별거 중 부정행위, 그러니까 외도를 저지른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이니 이혼을 하자고 하는 것이 최선일까?
그렇지 않다. 법적으로는 부부가 별거 중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혼인관계가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부간 지켜야 할 도리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민법 제840조에는 재판상 이혼 사유로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첫번째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배우자가 별거중 외도를 한 경우 이혼 사유에 해당하여 이혼소송을 청구할 수 있으며, 상간자를 상대로는 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배우자와 외도를 한 상대방을 상간자라고 한다. 상간자는 배우자와의 부정행위로 인해 배우자의 정조권을 침해한 자로, 위자료 청구 소송의 피고가 될 수 있다.
상간자 소송은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제기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별거 중이더라도, 숙려기간 중이더라도 상간자 소송이 가능하다.
다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배우자와 상간자가 외도했다는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 꼭 육체적 관계를 했다는 증거가 아니더라도 외도의 간접적이나 객관적인 증거만 있다면 위자료 청구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배우자와 상간자의 부정행위로 인해 배우자가 정신적·정서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상간자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액은 배우자가 입은 피해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배우자가 정신적·정서적·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인정되면 위자료는 수천만원까지 책정될 수 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상간자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간통이 배우자와의 신뢰를 깨뜨리고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중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상간자 소송을 통해 배우자는 상간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하여 정신적·정서적·경제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판결을 살펴보면 법정에서는 배우자와 상간자 간에 주고받은 문자나 SNS 내용, CCTV 영상,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 카드 결제 명세 등을 유효한 증거로 인정하고 있다.
문자나 SNS 등에서 애정 표현만 있어도 다른 사정과 종합하여 부정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 또한, 증거가 소멸되지 않도록 부정행위를 의심하는 초기 단계부터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상간자가 배우자의 혼인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간자 위자료 청구 소송은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자에게 배상 책임을 묻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혼인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고의 또는 과실로 외도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별거 기간 중 발생한 외도에 대해서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황에 따라 인용 여부가 갈릴 수 있다.
판례에 따르면 부부 불화 및 별거로 이미 부부 생활이 파탄된 경우에는, 제3자가 부부의 일방과 외도를 했더라도 상대 배우자는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다만, 별거 중에 배우자와 재결합을 논의하고 있었거나, 혼인 관계 회복을 위해 양쪽이 지속적으로 노력했음을 인증할 수 있다면, 별거 기간 중 발생한 외도에 대해서도 상간자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는 판결도 있다.
상간자 위자료 소송은 민사소송이므로 원고가 증명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법원은 위자료의 액수를 나이, 직업, 가족관계, 재산 정도, 혼인 기간 및 혼인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부정 행위 기간, 그것이 혼인 관계 파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고려하여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실제적인 이익 여부 등을 고려하여 소송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