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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ISA 직원들이 바라는 KISA 원장…그리고 신임원장에게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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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ISA 직원들이 바라는 KISA 원장…그리고 신임원장에게 한마디
  • 길민권
  • 승인 2014.08.3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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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 원장, 직원들 전문성 높일 수 있도록 바람막이 돼 줘야
대한민국 정보보호 대표 기관인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임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 ‘관피아’ ‘청피아’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에 따르면, KISA 원장에 공모한 15명 중 6명을 추려 심층 면접을 실시했고 그 중 3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으며 미래부 장관이 추석 이전에 최종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 후보 3인에 오른 후보는 백기승 전 청와대 비서관, 김영환 KT 전 부사장, 홍진표 한국외국어대 교수 등이다. 사실 세 후보 모두 정보보호 전문가는 아니다. 이를 두고 일부 보안업계나 학계에서는 “전문성 없는 원장이 KISA를 관장하는 것은 문제다. IT나 보안전문가가 KISA를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ISA 수장이 IT전문가나 보안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제3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KISA 직원들의 생각도 그럴까. KISA 직원들은 어떤 원장이 오느냐에 따라 업무도 바뀌고 연봉도 바뀌고 복지도 바뀌고 대외적인 위상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상당수 KISA 직원들은 어설픈 IT나 보안전문가 보다는 힘 있는 원장을 원하고 있다. 그동안의 학습 결과다.
 
IT전문가라며 KISA 직원들이 하는 모든 업무를 시시콜콜 따지고 들고 오히려 KISA 직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지 못하고 보고업무나 문서작업만 시킨 경우가 바로 서종렬 전 원장이다. KISA 내부에서 최악의 원장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종렬 전 원장은 나름 IT전문가다. SK텔레콤 커머스사업본부장, KT 미디어본부장 등을 역임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서 전 원장은 2012년 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하기에 이르렀다. 또 정보보호 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모든 업무에 개입해 KISA 직원들을 가장 힘들게 한 원장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래서 당시 KISA에서 많은 정보보호 전문가들이 퇴사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한편 황중연, 이기주 전 원장 같은 공무원 출신은 ‘무난’했다는 평가다. 최소 직원들이 업무하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 김희정 전 원장도 임기를 채우진 못했지만 KISA 직원들 사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직원들의 복지에 신경을 썼고 국정감사 기간에도 나름 선방해줬기 때문이다. 또 퇴임 후에도 대통령 대변인을 거쳐 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현재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역임하고 있다. 김 전 원장 이후, KISA 원장 자리의 ‘주가’가 높아 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인들도 KISA 원장 자리를 탐내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정보보호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언론 노출도 많아지고 자신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최상의 산하기관장 자리가 된 것이다.
 
KISA 직원들은 이런 학습과정을 거쳐왔다. 이런 상황에 내부 전문가나 IT전문가가 KISA 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을 반길 수 있을까. KISA 직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끔 만든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모 관계자는 “부처 국장급이나 과장급이 원장을 우습게 알고 부처에 휘둘리는 KISA의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그럴바에 차라리 청피아든 관피아든 힘있는 정치권 인사가 원장이 되는 것이 최악은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의 산하기관 인사시스템으로는 올바른 정보보호 전문가를 원장으로 선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차리리 정치권이 ‘최고의 악’ 보다는 ‘최선의 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산이나 법은 공무원들이 쥐고 있고 조직도 미래부가 쥐고 있는 마당에, 힘있는 KISA 원장이 최소한 바람막이라도 되어주고 직원들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원장을 원하는 분위기다.
 
또 원장 수준에서 알아야 할 사안들과 실무자들이 알아야 할 사안들이 있다. 원장은 큰 틀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실무자들이 실무적인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도와줄 수 있기를 원한다.
 
현재 KISA는 민, 관, 군 중간에서 정보보호와 관련된 모든 인터페이스 업무들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힘 있는 원장이 KISA의 위상을 잡아주고 여러 부처에서 밀려드는 허드렛일만 처리하는 산하기관이 되지 않도록 해주길 바라고 있다.
 
인사 문제는 모든 산하기관이 겪고 있는 문제다. KISA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최선의 악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이야기다. KISA의 위상, 상대적으로 작은 연봉 개선, 직원들 복지, 직원들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사실 누가 와도 상관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악의 원장은 KISA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직원들 얼굴에 먹칠하고 직원들 생각은 뒷 전이고 자기만 살려고 하는 원장은 최악이라는 반응이다.
 
지금 상황에 KISA 원장이 정보보호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다. 어설픈 전문가가 오히려 KISA를 후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직원들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현재 KISA 부원장제가 있다. 부원장이 정보보호 전문가면 된다. 전문성은 부원장에게 일임하고 원장이 직접 개입하면 안된다. 원장은 보다 큰 방향성에서 KISA를 이끌고 가야 한다. KISA 직원들 대부분은 우리나라 정보보호 최고 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원장은 그들이 전문성을 최대치로 올릴 수 있도록 예산지원과 위상을 높이는데 힘써야 한다. KISA에 최고의 전문가들이 몰릴 수 있도록 연봉과 복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직원들은 전문성은 부족해도 힘있는 원장이 KISA 원장으로 임명되길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원장이 전문성이 없으면서 KISA 모든 세부적인 업무에 개입하려고 들면 안된다. KISA 원장은 힘없는 직원들과 싸우기보다 정부 부처와 싸우고 협력해서 KISA의 위상과 예산을 높이고 최고의 정보보호 전문가들이 다시 KISA로 모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산하기관 인사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청피아, 관피아 논란은 허무한 메아리로 돌아온다. KISA 원장은 정보보호 전문가 여야 한다는 주장들은 KISA 직원들의 입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원론적인 이야기는 KISA 직원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KISA 원장 자리는 내정이 돼 있다. 이 모든 과정들이 하나의 ‘쇼’일 뿐이다. KISA 원장은 분명히 KISA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어설프게 전문적인 업무에 개입하려고 하면 안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를 따르라’고 외치고 힘없는 직원들 흔들면 안된다. 다음 행선지를 위해 KISA 원장으로 왔겠지만, 대한민국이 KISA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길 바란다. 전문가들이 떠나는 KISA가 아니라 최고의 전문가들이 KISA 문 앞에 줄을 서고 입사를 희망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원하는 일을 KISA가 할 수 있다. 그러려면 KISA 원장은 어떤 업무를 해야 할까.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란다.

청피아, 관피아에 의해 KISA 원장이 임명된다는 사실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KISA 직원들로 하여금 차리리 청피아, 관피아가 '최선의 악'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그 동안의 선임 원장들이 반성해야 할 부분도 크다. 또 산하기관 인사시스템에 대한 개선도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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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시큐 길민권 기자 mkgil@dailysec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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