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05:30 (토)
음주 뺑소니로 전치 20주 상해 … 수원지법 “벌금 1,500만원”
상태바
음주 뺑소니로 전치 20주 상해 … 수원지법 “벌금 1,500만원”
  • 우진영 기자
  • 승인 2020.01.20 17: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주로 인한 졸음운전을 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피해자를 충격한 후 도주한 피고인에게 징역형이 아닌 벌금 1,500만원이라는 이례적 판결이 나왔다.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피고인은 새벽시간에 혈중알코올농도 0.115%의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여 가다가 신호를 위반하여 그대로 주행하였는데, 당시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여, 74세)를 충격한 후 그대로 도주하였는데, 피해자는 이 충격으로 전치 20주의 외상성 쇼크 등 중상해를 입어 중환자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사건이다.

수원지방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으로 각 기소된 위 사건에서 “피고인이 도주 후 약 10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와 자수하였고,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 (중략)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피고인을 용서하고 수사 단계에서 원만히 합의해주었으며, 이 법원에도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하여 징역형이 아닌 벌금 1,500만원을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을 담당한 수원형사변호사 법률사무소 종해의 박현철 대표변호사는 판결 이유에 대하여 “사실 음주한 상태에서 사고후 미조치 및 도주치상을 하여 피해자가 전치 20주 상해를 입었다면 수사단계에서나 재판단계에서 구속을 면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사건에서는 특이한 사정이 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충격한 후 도주하다가 차를 주차하고 곧바로 현장으로 뛰어와서 당시 사건현장을 정리하던 경찰관들에게 바로 자수하였다. 또 당시 피고인은 여러 경제적 사정이 힘들어 술을 마신 상황이었는데 피해자 가족분들이 이런 점을 충분히 헤아려 주고 열심히 살고 있는 젊은 피고인의 선처를 수사기관 및 법원에 진심으로 탄원한 사건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사건의 피해자는 곧바로 아주대학교 외상센터에 후송되었고,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2주 정도 지나 간신히 소생하였고 죽을 고비를 넘기자 피해자 가족들이 피고인에게 연락을 한 것이다.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 가족들의 합의 자리를 마련하여 직접 합의를 진행한 박현철 변호사는 “유독 이 사건의 피해자 가족분들의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수많은 형사사건을 수행하면서 피해자 가족분들이 이토록 진심으로 피고인의 구속을 걱정해 주는 경우는 보지 못하였다. 이 분들은 정말 젊은 피고인의 구속을 진심으로 걱정해주었고 당시 피고인이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고 이러한 사정을 알려 주었는데 혹시라도 이 사건으로 인하여 과거의 집행유예 범죄의 실형까지 살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물어보기까지 했다. 정말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3 제1항은 “도로교통법 제2조에 규정된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의 교통으로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호로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사실 징역을 피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한편, 검찰은 위 수원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즉각 항소하였으나 수원지방법원 제2형사부(항소)는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항소심도 담당한 박현철 변호사는 “과거부터 가급적 원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항소부의 관행이었는데 이 사건도 마찬가지로 원심 판단을 존중한 것이다. 다만 이 사건 자체가 대단히 이례적이고 놀랄 만한 판결임은 분명하다. 사실 음주 뺑소니로 피해자가 전치 2주도 아닌 전치 20주의 상해를 입었음에도 재판부가 징역형을 선택하지 아니하고 벌금형을 선택한 경우는 보지 못하였고 앞으로도 매우 드물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을 모두 다 설명할 수 없지만 여러 사정이 복합적으로 개입되어 있는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원형사변호사 법률사무소 종해의 박현철 대표변호사는 수원, 용인, 안양 등지에서 수많은 형사사건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박변호사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및 삼성그룹 같은 대기업의 굵직굵직한 형사사건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고후 미조치 등 특수 형사사건, 난이도가 높은 사건을 주로 수행한다.